중1수학

소인수분해 단원 도입과 구체적 조작 활동의 중요성

수학화 2022. 3. 9. 22:03

다음 그림은 제가 사용하는 천재(이준열) 교과서의 도입 활동입니다.

천재교육 중1수학(이준열) 12쪽

수학 교사의 입장에서 이 활동의 의도와 결론은 매우 명백해 보입니다. 교사는 구체적 조작물 없이도 정신적 표상을 조작하여, '한 줄로만 배열할 수 있는 개수로 5, 7이 있다. 이들은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뿐이라는 특징이 있다.'는 답을 너무나 뻔하게 내놓을 수 있습니다. 별다른 준비 없는 상태에서의 수업이라면 학생들이 생각해 보게 한 뒤, 전체 학생에게 또는 특정 학생을 지목하여 1번 표에 들어갈 내용과 2번에 알맞은 대답을 말하게 하겠죠. 제 경험 상 대부분의 경우 질문에 올바로 답할 학생이 반에 한두 명 이상 있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이 이 내용을 쉽게 처리한다고 믿고 이어지는 개념으로 진행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이전에 제가 진행했던 수업을 반성하여 적은 내용입니다. 올해 수업을 준비하면서 저는 이런 접근이 인지심리학적으로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 부르는 현상의 사례라고 할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이미 능숙하게 익힌 지식이나 기술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처음으로 배우거나 수행해야 하는 다른 사람도 짧은 시간 내에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발견할 때 좌절합니다. 간단해 보이는 위 과제의 경우, 교사 또는 우수한 학생은 사실상 카드의 표상을 머릿속으로 조작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한다'는 조건에도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과제의 의도와는 반대로, '수를 두 약수의 곱으로 표현한다'는 상징적 표현으로 된 정답을 먼저 생각하고, 그것으로부터 시각적 표현을 도출합니다. 따라서 과제에 내재된 어려움도 느껴지지 않고, 경우를 빠뜨리는 실수도 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 배우는 학생의 입장은 다릅니다. 카드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하라는 과제 자체가 일상적인 것이 아니며, 회전하여 일치하는 것을 같은 것으로 본다는 처리도 고민을 요합니다. 구체물을 조작하게 했을 때 학생들은 정사각형이 직사각형인지, 카드를 여러 개의 직사각형들로 모아 놓은 것도 답인지, 남는 것을 다른 카드 위에 쌓아도 되는지 등을 토의합니다. 특히 9에 대해서는, 교사의 입장에서 자명해 보일 수 있는 3*3 배열이라는 답을 쉽사리 찾아내지 못하고 9장의 카드는 한 줄(1*9)로만 배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보입니다. 적어도 처음 시도에서는 말이죠. 이것은 이 장면에서 학생들이 구체적 조작, Bruner의 언어로 활동적 표현을 먼저 충분히 경험할 필요를 웅변합니다.
올해 제 수업에서 학생들은 실제로 카드를 만지고 조작하는 경험을 한 후, 모둠 발표를 준비하면서 활동과 그 의미에 대해 반성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학생들은 활동 아래쪽에 제시된 소수와 합성수에 관한 정보를 힌트로 하여, 5와 7은 약수가 1 그리고 자신뿐인 수들이라는 특징을 공통되게 찾아냈습니다. 저는 이어서 카드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놓는다는 것은 가로와 세로를 곱해 그 수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며, 결국 가로와 세로 길이는 그 수의 약수라는 점을 지적해 약수에 관한 학생들의 이전 지식과 명시적으로 연결했습니다.

교과서에 제시된 소수와 합성수의 정의는 활동의 결과를 반성하는 힌트로 이해될 때 힘을 발휘했습니다. Ibid.

이것의 효과는 소수와 합성수를 판별하는 다음 과제에서 나타났습니다. 소수의 정의는 사실 꽤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위 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은 직접 조작해 보지 않은 개수에 대해서도 카드를 상상하고 상황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되는데, Bruner의 표현으로는 영상적 표현이 내면화되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이 단계에서 학생들은 소수의 언어적 정의의 까다로움을 벗어나, '한 줄로만 배열할 수 있는 수'라는 개념이미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어서 더 큰 수가 소수인지 합성수인지 판단하도록 요구받을 때에는 약수에 관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이 직접 실행하기는 어려운 활동적/영상적 표현과는 어떻게 관련될지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실험의 내용을 벗어난 수들에 대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바로 다음 과제. Ibid., 13쪽

학생들이 실제로 그렇게 성공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모둠을 해체하고 개별 활동으로 다음 과제를 수행했을 때, 한 반에서 1명 내외의 학생을 제외하고 과제 수행에 성공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소수의 정의가 아니라 활동에 대해 떠올리는 발문을 제시했습니다. 그러자 그 학생들도 2, 3, 10같은 수뿐 아니라 17, 26, 41이 소수인지 합성수인지까지 올바로 판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이전의 방식으로 수업했을 때는 반드시 끝까지 갈팡질팡하며 교사의 해설에 의존하려는 학생들이 반마다 두세 명은 있었다고 기억됩니다. 사소한 변화일 수 있지만, 구체적 조작 활동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수업 일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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